행궁동 1

행궁동에 도착해야 비로서 만날 수 있는 순간들

 

골목을 걷는다는 것
:: 도슨트와 함께한 수원 행궁동의 하루

겨울 햇살이 따사롭게 비치는 어느 날, 나는 도슨트와 함께 수원 행궁동의 골목을 걷는 투어에 참여했다.
단지 ‘구경’이 아니라, 이 마을이 어떻게 ‘살아 있는 공간’이 되었는지를 듣고, 보고, 느끼며 따라가는 시간.
행궁동은 단지 옛 도심이 아니었다. 그 안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손끝으로 다시 짜인 이야기였다.

 

첫걸음, 마을의 문을 열다

“안녕하세요, 오늘 여러분과 함께 행궁동을 걸어볼 도슨트 원지영입니다.”
행궁동 상권을 함께 돌아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도슨트가 아이패드를 들고 참가자들에게 말을 건넸다. 노란 재킷엔 ‘Haenggung Workers’라는 와펜이 붙어 있고, 큼직한 QR코드 배지가 투어의 시작을 알리는 듯했다. 옆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제각기 다르게 생겼지만, 공통된 관심 하나로 모였다. ‘로컬’이라는 이름의 풍경.

처음 마주한 풍경은 도심 속의 작은 숲이었다. 길 한켠에 우뚝 선 소나무들 아래, 투어 팀이 웃으며 걷기 시작했다. 골목은 조용했지만, 걸음 하나하나가 이곳의 시간을 깨우는 듯했다.

 

골목과 간판 사이에 숨은 이야기

“여기 보시면, 원래 이 자리는 가정집이었어요. 지금은 카페로 바뀌었죠. 주인분이 직접 커피를 볶고 있고요.”

도슨트의 손끝이 향한 곳엔, 작지만 개성이 뚜렷한 간판이 보였다. 무언가 정형화되지 않은 생생함이 골목을 채우고 있었다.

상권 투어팀은 하나의 무리가 되어 천천히 걸었다. 아이패드 화면 속엔 과거의 골목 사진과 현재의 모습이 번갈아 나타났다.
도슨트는 이를 연결 지으며 사람들에게 설명을 더했다. 누군가는 사진을 찍고,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감탄을 흘렸다.

 

행궁동, 관계가 이어지는 거리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자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작은 가게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관광객, 간판을 유심히 바라보는 연인들.

그리고 스마트폰을 들고 뭔가를 메모하는 작가 처럼 보이는 사람까지. 그 모습은 상권 투어팀과 하나로 섞이면서도 각자만의 리듬을 갖고 있었다.

 

“이 골목은 마을 사람들과 예술가들이 함께 만든 공간이에요. 이 벽돌 하나, 가게 간판 하나에도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요.”

도슨트는 그렇게 말하며 옛 주택을 리모델링한 한 건물을 가리켰다. 투어 참가자 중 누군가는 “그냥 지나쳤으면 몰랐을 이야기네요”라고 말하며 조용히 사진을 남겼다.

 

도슨트가 비춘 행궁동의 오늘

투어의 마지막, 다시 넓은 도로로 나왔다. 행궁을 배경으로 ‘로컬페스타’ 팝업 부스가 서 있었고, 그 앞에서 도슨트가 사람들을 향해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오늘의 걸음이 여러분에게 작은 영감이 되었길 바랍니다.”

 

이곳은 누군가의 삶이 오랜 시간 쌓인 골목이고, 누군가의 마음이 묻어 있는 간판이며, 지금도 계속해서 누군가의 손으로 다듬어지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기억의 장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