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초연 대표, 쌀술집

 

대표님께서 쌀술집을 창업하게 된 배경은 무엇이었나요?
저는 수원 토박이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수원 출신으로, 늘 이 지역에 대한 애정을 품고 살아왔어요. IT를 전공했지만 전공과 관련된 일은 인턴으로만 잠깐 경험했고, 사람을 직접 대면하며 일하는 게 적성에 맞다는 걸 깨닫고 나서는 유치원에서 근무하기도 했고, 카페 창업도 했었습니다.

원래는 술을 좋아하다 보니 술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2010년부터 전통주를 배우기 시작했지만 그 당시만 해도 전통주에 대한 인식이 대중적이지 않았고, 발효를 컨트롤해서 균일한 품질의 전통주를 만드는 게 너무 어려워 중도 포기를 했었죠. 그런데 아버지께서는 15년간 꾸준히 술을 담그고 연습하고 개선하면서 자신만의 맛을 만들어 내셨어요. 그 시간을 지켜보면서 전통주의 매력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그 맛을 알리기 위해 쌀술집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쌀술집이라는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쌀술집은 이름 그대로, ‘쌀로 만든 우리 술’을 중심에 둔 공간이에요. 많은 분들이 와인이나 맥주는 각각 포도, 보리로 만든다는 건 알지만, 전통주가 쌀로 만들어진다는 건 낯설게 느끼시더라고요. 그래서 브랜드 이름부터 쌀의 정체성을 직관적으로 전달하고 싶었어요. 누가 들어도 “쌀로 만든 전통주를 파는 곳이구나” 하고 느낄 수 있도록요.

 

 

대표 메뉴나 인기 있는 제품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정조의 꿈’이라는 삼양주 방식의 전통주가 쌀술집의 대표 술이에요. 이 술은 직접 빚은 저희만의 제품인데요. 도수가 조금 높아요. 쌀술집이 고객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건 딸기 막걸리를 선보이면서부터였어요. 소복이 눈이 내린 듯한 비주얼의 슬러시 막걸리인데요. 그 위에 생딸기를 올려 플레이팅을 완성했더니 여성 손님과 외국인들에게 반응이 오더라고요. SNS에서 자연스럽게 퍼지면서 “딸기 막걸리 있나요?” 하고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아졌죠. 그때부터 쌀술집을 단순히 전통주 가게가 아닌 즐겁고 감각적인 전통주 공간으로 인식해 주기 시작했고요.

 

 

쌀술집에서 직접 담근 술 외에도 다양한 전통주를 선보이신다고 들었습니다. 대표님께서 전통주를 셀렉할 때 어떤 기준을 가지고 고르시나요?
전통주를 처음 접하시는 분도 부담 없이 즐기실 수 있도록 하되, 기존에 좋아하시던 분들에겐 새로운 발견이 될 수 있도록 균형 있게 구성해요. 보석 같은 술, 즉 덜 알려졌지만 품질 좋은 술을 우선으로 찾고요. 익숙한 술 중에서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제품을 고르려고 합니다. 저희 공간에서는 '전통주의 첫 경험'과 '새로운 경험'을 동시에 제공하는 게 목표예요.

 

쌀술집이 다른 전통주 공간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무엇인가요?
쌀술집은 술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직접 술을 빚는 양조장이기도 해요. 양조와 운영이 같은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는 곳이라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이에요. 만드는 사람과 마시는 사람이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 손님에게 술의 이야기를 직접 들려줄 수 있다는 게 쌀술집만의 매력이에요.

 

 

브랜드 철학과 가치를 한 문장으로 설명해 주신다면요?
저희는 “수원을 대표하는 술이 되겠습니다”라는 마음으로 술을 빚고 있어요. 쌀술집은 수원의 역사와 정체성,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 공간이고, 저희가 만드는 술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지역의 얼굴이자 문화라고 생각해요.

 

전통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
사람들이 막걸리를 ‘싸구려 술’로 인식하는 경우가 아직 많아요. 하지만 저희가 만드는 삼양주는 정통 방식에 따라 시간이 많이 들어가고, 품질도 일본 사케 못지않다고 자부해요. 그래서 저희는 술의 가격보다도 그 안에 담긴 정성과 과정을 더 중요하게 알리고 싶어요. 우리 술도 충분히 고급스럽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쌀술집이 있는 행궁동은 대표님께 어떤 의미인가요?
행궁동은 저에게 수원의 보물 같은 공간이에요. 오래된 골목,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풍경, 느긋한 분위기까지 수원의 매력이 가장 진하게 드러나는 곳이죠. 이곳은 단순히 예쁜 동네가 아니라 정조의 철학이 살아 있는 장소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가 ‘정조의 꿈’이라는 술을 이곳에서 빚고 소개하는 것이 너무 자연스럽고 의미 있는 일이죠.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일이나 목표가 있다면요?
올해 가장 큰 목표는 ‘원데이 클래스’를 정식 운영하는 거예요. 술을 직접 만들고 판매하는 공간이라는 점에 관심이 많으셨던 만큼, 이제는 손님들이 직접 전통주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까지 확장하고 싶어요. 그리고 도자기 술잔 굿즈 제작도 고려하고 있어요. 쌀술집의 감성과 철학을 집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요.

 

 

쌀술집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모습은 어떤 건가요?
저희는 쌀술집이 전통주를 중심으로 한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기를 꿈꿔요. 수원을 대표하는 술로서 ‘정조의 꿈’이 기억되고, 외국인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과 굿즈까지 확장해서 전통주와 문화의 매개체가 되는 게 최종 목표예요. 언젠가는 “쌀술집 때문에 수원에 왔어요”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