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희 대표, 누드앤츠

 

누드앤츠는 어떤 브랜드이고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누드앤츠는 수원 행궁동에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이에요. 1층은 건강한 유럽식 브런치와 내추럴 와인을 제공하는 카페테리아이고, 2층은 전시, 공연, 마켓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이에요. 이전에는 와인바 ‘와인라이트’를 운영했었는데,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업무와 매일 마시는 술로 인해 건강이 무너졌어요. 그래서 문을 닫고 여행을 다니면서 제 진짜 잘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봤는데 결국엔 기획이더라고요. 동네 아티스트들과 연주도 하고 술도 나누며 문화를 만드는 일, 그런 걸 해보고 싶었어요. 마침 ‘글로컬 상권 내 강한 소상공인’ 사업에 선정되면서 지금의 누드앤츠가 만들어지게 되었어요.

 

 

창업 이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었나요?
원래는 서양화를 전공했고 유화 작업을 많이 했어요. 제가 수원에 오게 된 건 경기문화재단에서 '경기청년관:지금 여기'라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부터였는데요. 수원에서 작가로 활동하면서 벽화도 그리고, 카페에서 전시도 하고, 주말에는 카페 알바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자리 잡게 되었어요.

특히 패터슨 커피에서 3년간 점장처럼 일하면서 동네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고, 그게 창업의 발판이 되었죠. 또 중간에 ‘원오디너리맨션’이라는 유명 가구 브랜드에서도 4개월 정도 일했는데, 거기서 미감이나 디테일에 대한 감각을 많이 배웠고요.

 

와인바 ‘와인라이트’는 어떤 브랜드였나요?
와인라이트는 제가 처음으로 운영한 공간이에요. 와인에 대한 지식도 없었지만 점점 공부하고, 손님에게 좋은 와인을 대접하고 싶다는 욕심도 커졌어요. 재즈와 와인을 결합하거나 갈비집과 협업해서 내추럴 와인과 갈비를 같이 내는 등 다양한 실험도 했죠. 하지만 손님과의 거리감, 매일 술을 마시는 생활, 영업에 대한 부담이 커졌어요. 그렇게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기에 지금의 누드앤츠를 더 잘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개미굴 마켓이라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계신다고요.
저희 공간이 골목 안쪽에 있다 보니 SNS나 네이버 광고 대신 더 직접적이고 강력한 마케팅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생각한 게 '개미굴 마켓'이에요. 방향성이 확실하고 팬층이 있는 브랜드들을 초대하면 그 브랜드 팬들이 이 공간을 찾아올 거라고 생각했죠. 1회 차는 아는 분들 위주로 시작했고, 2회 차부터는 주제를 정해 웰니스, 독특한 패션, 자기 정체성을 표현하는 브랜드 등 다양한 콘셉트로 진행했어요. 소비자들이 단순히 제품을 사는 게 아니라, 생산자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지속 가능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어요.

 

누드앤츠에서 판매하는 음식이나 제품은 어떤 기준으로 구성하시나요?
건강하면서도 맛있는 걸 지향해요. 저는 삼겹살, 곱창 같은 걸 정말 좋아하는데, 그런 음식들이 건강을 해치는 걸 체감하고 나서는 웰니스 푸드에 관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비건 음식, 내추럴 와인, 홈무스, 건강한 샌드위치 등을 메뉴로 구성했어요. 요리는 전혀 배운 적이 없고 유튜브, 책, 챗GPT 같은 걸로 계속 연구하면서 만들고 있어요. 커피는 수원에서 함께 일하던 로스터가 OEM 방식으로 직접 볶아주고 있고, 맛은 고소하면서도 산미가 살짝 있는 밸런스 좋은 커피예요.

 

 

 

브랜드 셀렉이나 협업 기준은 어떻게 정하셨나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브랜드의 ‘확실한 정체성’이에요. 이것저것 다 하는 브랜드보다는, 자신만의 영역과 팬층이 명확한 브랜드를 선호해요. 예를 들어 아프리카 식물만 다루는 브랜드, 자신이 찍은 사진으로만 포스터를 제작하는 브랜드처럼요. 브랜드를 섭외할 때는 정중하게 40페이지 가까운 제안서를 직접 작성해 보내고, 수원이라는 도시에 대한 애정도 꼭 전달해요. 실제로 울산의 복순도가에서는 막걸리 100병을 기부해 주신 적도 있었어요.

 

수원 행궁동이라는 지역은 대표님께 어떤 의미인가요?
행궁동은 저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동네예요. 처음에는 고즈넉하고 산책하기 좋은 곳이라 너무 좋았는데, 최근엔 너무 상업적으로 변해버려서 애증의 감정이 생겼어요. 그래도 이곳이 가진 잠재력을 믿고 있어요. 수원은 여전히 문화적 도화선을 기다리는 도시라고 생각해요. 누드앤츠가 그 거점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로컬성과 커뮤니티는 어떻게 구현하고 계신가요?
‘개미굴 마켓’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예요. 수원에 있는 셀러들에게는 부스비도 안 받고, 오히려 멀리서 오는 분들에게는 감사를 전해요. 이 공간이 그들에게도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기획하고 있고요. 마켓뿐 아니라 계절곡간(비건 김밥집), 남문통닭, 아우터그라프 등 지역 가게들과 다양한 팝업 협업도 했어요. 저는 항상 함께할 때 즐겁고 새로운 스토리가 생긴다고 믿어요.

 

누드앤츠를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누드앤츠에서는 재미있고 멋있는 걸 계속해나가고 싶어요. 혼자 하는 것보다 함께하는 게 좋고, 창작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기획이 더욱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저처럼 창작자로서의 경험이 있는 기획자가 운영하는 공간이라는 점이 누드앤츠의 가장 큰 차별점이에요. 사람들과 커뮤니티를 만들고, 진짜 내가 좋아하는 걸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가는 것이 저희가 추구하는 방향이에요.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나 계획이 있으신가요?
올해 안에는 꼭 개미굴 마켓을 야외에서 열어보고 싶어요. 화성행궁 광장이나 장안공원 같은 곳에서요. 그리고 누드앤츠가 수원에 오면 꼭 들러야 하는 문화 거점, 휴게소 같은 곳이 되었으면 해요. 개인적으로는 안정된 삶과 가정을 이루는 것도 바람이고요. 지금은 그냥 묵묵히 나아가야 할 때라고 생각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