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아우토그라프를 소개해 주신다면요?
아우토그라프는 오로지 핸드드립만으로 블랙커피를 선보이는 커피 셀렉샵입니다. 다양한 로스터리에서 선별한 원두를 최대 30~50가지 라인업으로 유지하며, 각 매장에서 라인업도 조금씩 다르게 구성해 언제 오셔도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브랜드명이 가진 의미와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아우토그라프는 자필이라는 뜻이죠. 손으로 직접 쓰듯, 손으로 직접 커피를 내리는 수동적인 의미를 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핸드드립의 매력을 브랜드명에 녹였어요.
다만 현재 상표권 문제로 리브랜딩을 준비 중이기도 합니다. 이름이 바뀌더라도 손으로 정성껏 내린 커피를 전달한다는 철학은 유지할 거예요.
창업 결심은 어떻게 하시게 되었나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커피 하는 사람이 멋있다고 생각해서 진로를 정했어요. 관광식음료학과 전공도 하고 계속 커피 쪽에서만 일했죠.
서울의 신촌 브로일링 커피컴퍼니 창립 멤버로서 매장 운영을 맡아보기도 했는데, 그때의 책임감이 제게 큰 영향을 줬습니다. 결국 30대가 넘어가면서 ‘이제는 내 브랜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확실해졌어요. 한국에서 커피 업계가 경력 쌓아도 처우가 좋은 편이 아니니, 차라리 내 카페를 제대로 만들어 보자 싶었죠.
수원 행궁동에서 시작하게 된 이유는요?
원래 서울에서 일하다가 창업할 때는 연고가 있는 곳이 낫겠다 싶어서 수원을 선택했어요. 행궁동은 문화재 주변이라 높은 건물 없이 트인 느낌이 좋고, 활성화되기 전의 정적인 무드가 개인적으로 매력적이었어요. 살다 보니 동네 사장님들이랑도 많이 친해지고, 이제는 아지트 같은 동네가 됐습니다.
행궁동 안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협업이나 교류가 있으신가요?
네, 여러 프로젝트를 했어요. 예전에는 와인바에서 위스키 팝업할 때 럼배럴에이지드 커피를 가져가서 페어링 했던 경험이 있고, 세라믹 스튜디오 리위크 사장님과는 수작업적인 무드를 살려 드립백 세트 패키징을 함께 만들기도 했습니다.
또 수원역 쪽에서 오신 챈스온썸원 사장님을 저희 매장으로 초대해 게스트 바리스타 팝업도 진행했어요. 화서문 바깥쪽의 젠틀리로스터스 대표님이 사이폰 추출 기구를 가져와 시각적 퍼포먼스를 곁들인 팝업도 한 적이 있어요. 동네에서 재밌는 거 하자는 갈증이 있는 분들이라 제안하면 웬만하면 다 받아주세요.
사업 운영에서 중요한 협업이나 도움받은 분이 있으신가요?
정말 많은 분들이 떠오르지만 특히 행궁동의 여행을 향기로 담는 페일블루닷 대표님이 초기 브랜딩을 잡는 데 큰 도움을 주셨어요.
또 친구이자 커피 제자인 김현우라는 친구는 원두 디렉팅을 맡아주면서 제가 손댈 수 없는 부분을 많이 커버해 줬고요.
최근에는 투자자로 합류하신 다른 대표님이 운영적인 체계와 사업 확장에 대해 많이 이끌어주십니다.
브랜드의 성장 과정에서 있었던 터닝 포인트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혼자서 모든 걸 하려다 보니 체력적으로도 한계가 왔어요. 친구와 팀을 이루면서도 성향이 달라 많이 충돌했지만 서로 존중하면서 조율했어요. 초반에는 매출이 불안정해서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우기도 했어요. 그래도 ‘이거 된다’는 근거 없는 확신이 있었어요.
1년 반쯤 지나면서 단골층이 자리 잡고 매출이 안정되기 시작했어요. 그 시점이 저희에게는 큰 전환점이었죠.
원두 셀렉 기준과 로스터리와의 관계는 어떤가요?
원두 라인업이 최대 50가지 정도 되는데, 뉘앙스가 겹치지 않도록 다양성을 가장 중요하게 봅니다. 향미가 명확하고 개성이 있으면 저희가 맛있게 추출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로스터리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신선하고 매력적인 커피를 계속 발굴하려고 합니다.
직원 교육에서 중요하게 강조하는 점은요?
수치에만 집착하지 말고 커피와 교감하라는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경험을 통해 빅데이터를 쌓고, 각 커피의 성격을 이해한 뒤 손님이 원하는 향을 정확히 구현할 수 있도록 연습해요. 커피를 좋아하고 애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훨씬 잘 흡수합니다.
또 좋은 서비스를 제공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한 번씩 잔소리를 하는데요. 서비스라는 건 맛없는 커피도 맛있게 만들 수 있고, 맛있는 커피도 맛없게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쉽게 말해 돈 안 들이고 제공할 수 있는 마진율 100%의 상품이죠. 아우토그라프에 오신 손님 분들께는 너무 과하게도, 너무 무심하게도 하지 않으면서 취향을 잘 파악하고 맞춰 드리고 싶어요. 단골손님에게는 더 개인화된 제안과 대화를 통해 취향을 기억하고 추천해 드리려고 합니다.
다른 동네나 브랜드에서 얻은 영감이 있으신가요?
서울의 로우키 카페가 팀원 분위기나 전문성 면에서 큰 모티브가 됐어요. 일본의 커피 마메야라는 원두 셀렉샵에서도 많은 영감을 받았고요. 특히 다양한 로스터리의 원두를 소개하는 방식이나 분위기가 정말 좋더라고요. 또 최근에는 머글링 하우스라는 매거진과 협업을 하며 많은 자극을 받고 있어요.
앞으로의 계획과 꿈이 궁금합니다.
올해 안에는 쇼룸이나 작은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해 커피와 관련된 상품을 소개하고 싶어요. 장기적으로는 아우토그라프를 거쳐간 브루어들은 브루잉을 좀 더 섬세하게 다룰 수 있는, 명예의 전당 같은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돈도 많이 벌고, 명예도 잡고 싶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