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은 대표, 행궁매듭스토리

 

대표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수원, 행궁동과는 어떤 인연이 있으신가요?
저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를 따라 수원으로 내려왔습니다. 화서동, 송죽동에서 살다가 결혼 후에는 행궁동으로 이사 와서 벌써 30년 넘게 같은 집에서 살고 있어요. 아버지께서 직접 지으신 집인데요. 우리 아이들은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쭉 거기서 살고 있죠.(웃음) 이제는 완전히 행궁동 주민이에요. 다른 데로 이사할 생각은 없고, 앞으로도 여기서 쭉 살고 싶어요.

 
어떻게 창업을 결심하시게 되었나요?
아이들 다 키워놓고 나니까 이제 제 시간을 좀 가져보고 싶었어요. 전통 바느질이나 규방 공예를 배우고 싶었는데 그동안은 시간이 없어서 못하다가, 이제는 좀 해보자 해서 시작했어요. 규방 바느질을 배우다 보니 주머니나 보자기에 달린 매듭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이왕이면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다 하고 싶다’는 마음에 매듭까지 배우게 됐습니다.

 


행궁매듭스토리라는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원래는 ‘은재’라는 이름으로 시작했어요. 제 이름의 ‘은’을 넣어서 지었는데, 사람들이 이게 뭘 하는 곳인지 잘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작년 겨울에 깍스쿨에서 브랜딩 교육을 받으면서 ‘이름부터 명확하게 하자’는 이야기를 듣고 고민하다가, 행궁동에서 하고, 매듭을 중심으로 하니까 ‘행궁매듭스토리’라고 지었어요. 이름 바꾸고 나서 주변 반응이 참 좋았어요. 다들 “이제는 딱 알겠다”라고 해 주셔서 감사했어요.

 
플리마켓에서 판매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원래는 집에서 혼자 만들고 친구나 지인들한테 선물만 했는데, 동네 친구들이 “마켓에 한번 나가보자”라고 권유해 줬어요. 처음엔 그냥 선물용으로만 만들었는데, 마켓에서 손님들 반응을 보고 ‘아 나도 인정받고 싶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그때부터 조금씩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공방을 운영하게 된 과정도 들려주세요.
마켓 활동만 하던 중에 동네 친구가 “우리 공방에 자리 하나 비었는데 같이 할래?” 하고 제안해 줬어요. 사실 공방을 차리고 싶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있었는데 임대료나 리모델링 비용이 만만치 않잖아요. 그냥 집에서 주문제작만 하고 있었는데, 마침 좋은 기회가 생겨서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됐어요.

 
지금 공방에서 판매하고 있는 제품들은 어떤 것들인가요?
놀이계나 머리끈, 목걸이, 귀걸이 같은 액세서리부터 전통주머니, 보자기까지 다양하게 만들고 있어요. 특히 놀이계나 주머니는 색깔이나 디자인을 맞춤으로 주문 제작해 드리는 경우가 많아요. 또 조합에서 한복 상점에 들어갈 놀이계 주문도 받고 있고, 행사나 공연 소품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작업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다면요?
저는 매듭 하나도 정성을 다해 만들고 싶어요. 매듭이라는 게 사실 끈 하나잖아요. 그런데 그 끈을 접고 꿰고 엮어서 입체적이고 아름답게 만들어내는 게 매력적이에요. 전통 색만 고집하지 않고 젊은 분들이 좋아할 만한 파랑, 분홍 같은 색도 써서 더 많은 분들이 일상에서 즐겁게 쓸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매듭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끈 하나가 여러 겹으로 꼬이고 엮이면서 완전히 새로운 입체적인 형태가 만들어진다는 게 매력적이에요. 어떤 때는 9미터 정도 되는 긴 끈을 한 작품에 쓰기도 했어요. 단순한 재료가 손끝에서 변화하면서 멋지고 정성스러운 작품이 되는 과정이 너무 좋아요.

 
행궁매듭스토리가 가지고 있는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여기서 손으로 매듭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곳은 사실 저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요즘 소품샵이나 마켓에도 매듭 액세서리가 있긴 한데, 대부분 공장에서 찍어내거나 간단한 팔찌 정도거든요. 저는 전통 매듭을 제대로 배우고, 시간과 정성을 들여서 만드는 게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작업에서 가장 보람을 느끼실 때는 언제인가요?
마켓에서 손님들이 “이게 전통 매듭이에요?” 하고 물으실 때 하나하나 설명해 드려요. 국화 매듭, 가지방석 매듭, 가락지 매듭 이름도 알려 드리면 “오, 이런 거구나!” 하고 좋아하시거든요. 그럴 때 정말 뿌듯해요. 물건이 팔리지 않아도 전통을 알릴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아요.

 
작업할 때 영감은 어디서 받으시나요?
젊은 친구들이 가방에 뭘 달았을까, 핸드폰에 뭘 달았을까 자주 관찰해요. 소품샵도 자주 가서 어떤 색, 어떤 디자인이 인기 있는지 살펴보고요. 그리고 옛날 박물관 전시품을 보면서 전통적인 매듭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해요. 전통적인 느낌을 살리면서도 현대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게 목표예요.

 


행궁동이라는 동네는 대표님께 어떤 의미인가요?
제2의 고향이에요. 사실은 그냥 여기서 살 수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행궁동 덕을 보고 산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에는 조금 어두운 동네였는데 요즘에는 공방도 생기고,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면서 활기차졌어요. 이 동네 친구들 덕분에 공방 자리도 알게 되고, 마켓도 나가게 됐어요. 행궁동이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하지 못했을 거예요.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이 있으시다면요?
앞으로는 전통과 행궁동의 감성을 담은 굿즈를 만들어서 박물관 기념품 숍 같은 데에도 들어가 보고 싶어요. “행궁동에 송상은이라는 작가가 제일 잘한대”라는 말을 들으면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그리고 언젠가는 인스타 DM으로 주문이 들어오고, 저를 찾는 분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어요. 아직 부족한 게 많다고 생각해서 더 배우고, 더 정성껏 만들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