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난영 대표, 나녕공방

 

대표님께서 수원에서 공방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제 고향은 경기도 동두천이에요. 원래 서울에서 한복 그림 디자이너로 10년 가까이 일했어요. IMF 때 회사가 무너졌죠. 남편이 수원에서 난방 공사하러 3년 내려오게 됐는데 “에라이 수원 가서 살자” 하고 따라온 게 벌써 25년 전이에요.(웃음)

수원에 와서는 방송통신대학 국문학과도 다녔고, 공예도 배우면서 바쁘게 살았어요. 직장생활도 해봤는데 저는 그런 평범한 게 너무 재미가 없더라고요. 결국 예술로 밥 벌어먹고살아야겠다 싶어서 공방을 차렸어요. 남편한테 “밥이 되든 죽이 되든 나는 예술로 간다”라고 선언했죠. 남편이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밀어줬어요. 전기 설비 같은 것도 다 해주고요.

 


공방 시작하시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저는 서울에서 한복 디자이너로 일했는데 색감이 좋다고 인정받았어요. ‘원앙실크’라는 회사였는데 홍대 출신들이 많아서 기가 죽었지만, 저는 감각으로 했어요. 샘플 작업에서 제 게 자주 뽑혀서 6개월 만에 팀장이 됐어요. 사장님이 “너는 육감이 타고났다”는 말을 해주셨는데 그 말이 평생 가요. 그 회사는 전국 주단가게로 납품했어요. 반품이 오면 다 재구성해서 완벽하게 만들어야 했어요. 그 경험이 소비자 응대나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됐어요.

처음에는 수원에 내려와서 할 게 없으니까 그림을 배우다 화실도 잠깐 운영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칠보에 빠져서 은공예를 배우기 시작했죠. 그러다 칠보를 전문적으로 배우려고 국비 지원 과정에 들어갔어요. 서울까지 다니면서 밤 11시 넘어서 집에 오곤 했는데요. 그날 배운 건 그날 집에서 바로 가마 켜서 복습할 정도로 정말 절실했죠. 3개월 하고 나니까 칠보 시장이 보이더라고요. 왜 사람들이 칠보를 못하나 봤더니, 그림이 안 돼서 못하는 거예요. 저는 그전부터 해왔던 일들이 있으니까 가능성이 보였죠.

 


공방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따님에 대해서 소개 부탁드려요.
딸은 수묵화 전공자예요. 딸이 그림도 잘 그리고, 도안도 잘 만들고, 컴퓨터 그래픽도 잘하고, 아버지 닮아서 패턴사 기질도 있어서 눈썰미가 좋아요. 지금은 정말 가장 좋은 파트너이자 친구 같은 존재인데요. 칠보 관련된 제품을 만들고 보러 다니면서 같이 평가하고 의논하죠. 그러다 보니 우리가 보는 눈이 비슷해지더라고요.(웃음)


대표님께서는 작품을 만들 때 주로 영감은 어디서 얻으세요?
저는 문학적 기반이 커요. 국문학을 전공했고 시를 정말 좋아했어요. 예술의 최고의 꽃은 시라고 생각해요. 나무 한 그루도 그냥 나무로 안 봐요. 소나무가 있으면 새끼 소나무가 있어야 하고, 서로 바라보듯 그려요. 학을 그릴 때도 가족, 이웃 같은 이야기를 담아요. 작품엔 항상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감성이 없으면 그냥 초등학생 그림이죠. 그래서 딸한테도 항상 “그림엔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라고 이야기하고요.

 

 

대표님께서 고객을 대하는 태도도 궁금합니다.
저는 예전부터 사람들 관찰하는 걸 좋아했어요. 공방 운영할 때도 항상 잘 나가는 품목은 어떤 것이 있고, 매출이 낮을 때면 ‘무엇이 문제일까’ 생각하면서 디스플레이도 바꿔보고요.

그리고 고객들을 대할 때는 친절하지만 나녕공방을 낮추는 일은 절대 하지 않아요. 누군가 50% 깎아달라고 하면 그냥 안 팔아요. 그러면 나중에 다 돈 내고 사가거든요. 제가 만들어 온 가치를 낮추고 싶지 않아요. 인사동에서 납품해 달라고 해도 안 하고요. 나녕공방의 제품은 오직 나녕공방에서만 만날 수 있어요.

 


행궁동에서 다양한 활동도 하고 계신다고 들었어요. 

이제는 행궁동이 제2의 고향이라고 말할 정도로 특별해졌어요. 상인회 사무국장, 부회장도 했었고요. 거리 살리기 행사할 때는 매달 무료 체험도 진행했었는데 사실 정말 힘들었어요.(웃음),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지만 15년 지나고 나니 정말 다 이웃사촌이 됐어요. 아침에 같이 차 마시고, 식물도 나눠 키우고, 여긴 진짜 시골 인심 같은 게 있어요. 건물주도 너무 좋으시고요. 이제는 행궁동 아닌 동네는 상상이 안될 정도죠.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딸하고 계속 작품 활동하면서 살고 싶어요. 돈을 크게 버는 건 아니지만, 제가 좋아하는 일 하면서 살고 싶어요. 그냥 소소하게, 각자 좋아하는 거 하면서 사는 게 행복 아닐까요? 조금 더 거창한 목표를 얘기해야 된다면 ‘나녕 박물관’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지금까지 제가 만든 작품들을 전시하고 칠보의 매력을 알리고 계속해서 이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가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