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주 대표, 다전 1973

안녕하세요 대표님, 브랜드 소개 먼저 해 주실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다전1973’, ‘다전차문화교육원’ 운영하고 있는 조병주입니다. 다전 1973은 지금 온새미로라는 한정식집에서 운영하던 공간이었어요. 제가 2015년에 행궁동에 와서 16년 1월에 오픈을 했는데요. 제가 개인적으로 차를 좋아해서 다양한 찻집을 다녔는데, 수원에는 우리나라의 전통차나 잎차 종류는 별로 없더라고요. 다 대추나 쌍화 이런 것만 많았죠. 그 부분에서 아쉬움을 많이 느꼈고, 어쩌면 그때부터 다양한 차를 좀 대중화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 같아요. 98년도부터 개인적으로 공부를 하다가 우연한 계기로 매장을 오픈하게 되었는데요. 

한국, 중국, 일본의 다양한 차를 아우를 수 있길 바라면서 차밭이라는 뜻의 다전이라는 네이밍을 하게 되었어요. 그 뒤에 1973이라는 숫자는 저희 공간의 리모델링을 하면서 천장을 다 뜯었을 때 발견한 숫자인데요. 옛날에 그 상량에 새겨진 숫자, 즉 이 집이 지어진 연도가 73년이더라고요. 그 집에 분위기도 구조도 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그 공간의 의미를 함께 담고자 73이라는 숫자를 넣었습니다.

 

브랜드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제가 원래는 예절 쪽 공부를 먼저 했었거든요. 그러면서 애들도 가르치고 봉사도 하다가 예절은 너무 애들이 딱딱해 하잖아요. 그래서 차를 같이 마시게 됐는데 의외로 애들이 차를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사실 차가 종류가 되게 다양하게 많은데 사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차 종류는 별로 없다보니 차 공부를 해봐야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공부를 하다가 제가 결혼을 좀 늦게 했거든요. 그래서 아이도 늦게 낳았는데 얘가 학교 가기 전까지는 제가 좀 키우고 싶어가지고 집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이왕이면 나중에 내가 일을 할 때 이왕이면 즐기면서 오래도록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를 생각해보는 시간이 많았는데요. 차가 저하고는 잘 맞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틈틈이 계속 손을 안 놓고 공부를 했어요.

그러다가 아는 선배님이 한번은 그런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꿈이 길어지면 흐물거려지더라. 네가 원하는 게 있으면 한번 알아보기라도 하라고 하는 얘기를 해주셨어요. 남문에 ‘시인과 농부’라고 되게 오래된 찻집이 있어요. 그 가게에서 음악 듣고 차 한잔 마시고 책을 읽으면 스트레스가 풀리더라고요. 그래서 나도 나중에 이런 공간 하나 갖고 있으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을 이제 20대 후반부터 되게 키워왔는데요.

이제 아이 키우면서 그 선배님이 던지신 그 말이 이제 마음에 와닿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그냥 한번 알아보기라도 할까? 해서 행궁동을 오게 됐어요. 그때는 그냥 이렇게 둘러보러 왔는데 부동산도 가게 됐고 또 마침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하게 된 거예요. 그 집이 머릿속에서 3일 동안 떠나지 않아가지고 결국엔 계약도 하게 되었죠. 

가게를 운영할 때는 처음부터 차를 좀 전문적으로 하고 싶어서 잎차 전문으로 시작하게 된 거였거든요. 근데 그 당시에는 차가 이렇게 일반적이지 않았어요. 다들 커피를 마시지 차에 대해서는 다들 생소하셔가지고, 저희 가게의 문을 열고 이렇게 들어오려다가 너무 낯설어서 그냥 가시는 분도 꽤 많았어요. 

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오셔서 이거는 어떻게 우려먹는 건지 물어보셨던 분 중에는 잎차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그게 인연이 돼서 지금도 같이 공부하시는 분도 계시고 하거든요. 그렇게 해서 일단 시작을 하게 된 거예요.

 

고객들이 브랜드를 인지한 시점은 언제였나요?

사실 2016년 1월 오픈을 했을 당시에는 고객들의 그런 반응들이 없었어요. 지금은 커피값이 밥값보다 비싸도 괜찮잖아요? 아무렇지 않은데 15~16년도에는 밥값보다 커피값이 비싸면 안 되는 거였어요. 근데 이 차가 워낙 다양하고 가격들이 싸지는 않았거든요. 아직 고객들에게는 차라는 것이 낯선데 가격까지 비싸니 허들이 너무 높았던 거죠. 잎차 위주의 정통차만 꾸준히 해오다가 도저히 유지하기가 어려워서 대용차를 하기 시작했어요. 대추, 쌍화 같은 걸 직접 만들어서 판매를 했더니 팔리기 시작하더라고요. 특히 2021년부터 외국분들이 오셨을 때 한국의 차를 먹고 싶다고 오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22년도에는 확실히 변화가 체감되었어요. 

22년도부터 차에 대한 얘기들이 일상적으로 나오고 23년도에는 고객분들이 티룸을 찾아 다니더니, 올해는 정말 많이들 찾아주셨어요. 한국다도, 차 체험, 그리고 외부 강의 같은 것들이 많아 지면서 해마다 우리가 계속해야 되는 이유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희 선배님들 중에는 서울에서 9년 10년 하신 분도 계세요. 사실 좋아서 시작하기는 했지만, 월세도 내야하고 수익을 남겨야 하다 보니 해마다 우리가 이걸 계속해야 되나 하는 고민들을 함께 나눌 때가 많았는데요. 재작년부터는 그런 말씀을 전혀 안하시더라고요. 아무래도 요즘 정신적으로 스트레스 받는 분들이 많다보니까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서 티룸을 많이 찾아주시는 것 같아요. 

저희가 행궁동에 처음 매장을 오픈했을 때 이 주변의 카페가 한 3개 정도밖에 없었고, 제가 다섯번째 가게였을 거예요. 지금은 몇백 개가 됐지만요. 처음에 오픈 했을 때는 선택지가 그렇게 많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름은 되게 기억을 잘 해주셨던 것 같아요. 다전이라는 이름을 되게 편안하게 생각해주시고, 다전의 로고를 좋아해주시고요. 이 로고는 지인을 통해 홍대 출신 캘리그라피 하시는 친구한테 부탁을 했었는데요. 한 번은 홍대 디자인 교수님께서도 물어보시더라고요. 

 

대표님께서 제일 애착이 있거나 아니면 가장 애정이 가는 제품이 있나요?

녹차, 백차, 황차, 홍차, 흑차, 청차까지 6대 다류라고 하는데, 다 각자의 차마다 그 맛이나 향들이 있어요. 또 날씨에 따라서도 생각나는 차들이 다르고요.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차는 흑차 종류 중에 복전이라는 차예요. 복전도 되게 종류가 많은데 저는 이제 익양차창에서 나오는 복전이라는 차가 있어요. 그 차는 밤에 먹어도 크게 부담이 없고 되게 편안하고 소화도 잘 되고 가격도 비싸지 않은데요. 그래서 저는 그 차를 많이 소개해 드리고 있어요. 실제로 고객분들의 반응이 굉장히 좋은 편이고요. 

 

차룸을 다시 오픈할 계획도 있으신가요?

다전 1973은 티룸으로 운영을 하면서 차에 대한 수업도 같이 진행했었어요. 그런데 제가 몸이 조금 안좋아지면서 지금은 교육만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티룸으로 만나보기는 어려우시고, 차문화 교육원에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어놓았거든요. 그래서 한국 다도를 원데이로 체험을 할 수가 있어요. 조금 더 관심이 깊으신 분들은 정규로 수업을 들을 수도 있고요.

 

실제로 좀 방문해 주시는 분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있을까요?

생각보다 다양한 연령대의 분들이 찾아주세요. 특히 다전1973에 예약하고 오는 분들은 행궁동이다 보니 20대도 꽤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고요. 40대 후반 50대 초반까지 여성분들이 주로 찾아와주세요. 가끔 그 여성분들이 남자친구나 남편을 데려오시는 경우도 있고요.(웃음) 저희 100%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는데 한번은 엄마 생신을 맞아서 딸이 기념으로 예약을 해서 온 경우도 있고요.

 

대표님께서 차와 관련된 경험 중 그 첫번째는 무엇이었나요?

아까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처음에는 제가 예절 교육을 하다가 아이들한테 차를 우려주게 됐어요. 차라는 매개체가 있으니 딱딱했던 분위기가 부드러워지고, 또 어린아이들까지 좋아하는 분야라는 생각에 더 그쪽으로 공부를 하게 된 거죠.

또 저희는 산지도 직접 가는데요. 보통 녹차 만들러는 하동, 보성 쪽에도 자주 가는데요. 특히 해마다 하동 곡천다원에 가서 차를 만드는데요. 직접 차를 따서 포장까지 직접 하고 있어요. 또 창업 전에는 공부차원에서 중국, 대만 등으로 차 기행도 다녀오곤 했어요. 현지 차산지에 가보고 차도 만들어 보는 경험을 했습니다. 

보통 차를 공부하시는 분들이 사단법인에서 시작을 많이 하세요. 처음에 시작할 때 여러 개의 사단법인이 있는데 저는 한국차문화협회에서 시작을 했거든요. 한국차 위주로 공부를 시작하면서 추후에는 한중 차문화 교류전 같은 곳에 참여하면서 중국 차, 일본 차 등 다양한 차에 대해 더 깊이있게 공부를 하곤 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현지 기행이 아무래도 실제로 볼 수 있었기 때문에 가장 큰 공부가 되었던 것 같아요. 

특히 중국이 기억에 많이 남는데요. 우리나라 차밭은 대개 다 관목형이거든요. 대부분 예쁘게 가꾸어져 있죠. 근데 중국을 가봤더니 저게 차나무야? 할 정도로 이색적이더라고요. 정말 몇백 년 몇천 년 된 차나무들이 있다 보니까 되게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우리나라의 큰 길가에 있는 가로수만한 차 나무들이 많거든요. 찻잎도 사람 얼굴만하고요. 또 뿌리 자체는 얼마나 깊숙이 직근성으로 내려가는지. 아무래도 규모에서 오는 경이감이 있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저런 차나무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는데 이제 기후나 환경적으로 그게 맞지 않으니까 어쩔 수 없죠.

 

대표님께서 직접 차 밭도 가꾸시나요?

아니요. 저희는 그 정도는 아니에요. 우리나라 하동, 보성 지역에 가면은 차 밭이 워낙 많거든요. 개인이 운영하시는 다원들이 많아서 저희가 그 다원들을 직접 탐방은 하죠. 다원마다 차를 만드는 방식이 다르다보니 각 다원들 탐방하는 것만으로도 되게 재밌어요.

저희는 하동의 곡천다원이라는 곳에서 차를 만들고 있는데요. 거기는 뒤에 아주 큰 산을 갖고 계세요. 그 산에서 차나무가 듬성듬성 있어가지고 약을 안 치고 만드시죠. 차를 저희가 직접 따서 솥에서 덮고 비비고 건조하고 포장까지 완성을 해갖고 와요. 아무래도 직접 같이 가 보시면 차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체험해볼 수 있다 보니 차를 되게 귀하게 생각하게 되죠.

 

지금 하는 일에 있어서 대표님께서 이 일을 할 수 있도록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사람은 누구인가요?

저희 남편이 대만에서 공부를 했었거든요? 근데 본인이 대만에서 공부하면서 차 문화에 익숙해지다 보니 연애할 때 다기도 선물해주고 했었어요. 남편도 차를 되게 좋아하다 보니 제가 차 공부를 하는 거에 있어써 되게 적극적으로 밀어줬어요. 차가 사실은 공부를 하다 보면 끝이 없어요. 저희가 대학원 과정까지 있는데, 돈은 많이 드는데 수입이 없다 보니 쉽지가 않더라고요. 근데 저는 제가 이걸 너무 좋아하고 또 남편도 차를 마시기 때문에 공부하는 걸 이해해줬어요. 도움도 많이 줬고요. 아마 남편이 그렇게 안 했으면 저 아마 못했을 거예요. 실제로 저희 같이 공부했던 선생님들은 남편이 반대해서 이렇게 하기 어렵다고 하시더라고요.

 

대표님께서 닮고 싶은 롤모델도 있으실까요?

처음 브랜드를 시작하면서 아까 말씀드렸던 ‘시인과 농부’ 대표님의 영향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지금 30년 넘게 전통 찻집을 운영하고 계신데요. 대표님께서 정말 정성으로 차를 만드세요. 직접 끓이고, 내어 주시는데 그 마음이 느껴져요. 대표님께서도 30년이란 시간동안 가게를 지켜오시는 게 쉽지 않으셨을텐데 꾸준히 이 길을 걸어오신 것을 닮고 싶어요. 또 그 공간이 굉장히 편안하고 누구라도 한번 가면 또 가게 되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학생 때부터 꾸준히 찾는 단골분들이 많으시고요.

제가 시를 쓰는 모임에 가입했었어요. 시인과 농부는 그 때 소개를 받은 곳인데 처음 방문했을 때부터 분위기도 너무 좋았고 차도 맛있어서 그 뒤로도  종종 갔었죠. 그 당시에는 직장을 다닐 때였는데 시인과 농부에서 차 마시고 음악 듣고 책 보다 보면 하루의 스트레스가 다 풀리는 거예요. 그래서 그 때부터 나도 나중에 이런 공간을 갖고 있으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누군가에게 편안한 공간을 내어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거죠. 제가 자주 가다 보니까 대화도 하게 되고 그러면서 저도 이런 공간을 갖고 싶다는 말씀을 드렸죠. 그러다가 시인과 농부에서 직접 알바도 했었고요. 그 때는 제가 병원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했던 거라 오래는 못 했는데요. 지금 돌이켜보면 계속해서 차에 대한 마음을 키우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또 수원하면 정조와 떼놓을 수 없는데, 정조가 사실 다도를 즐기시고 차를 좋아하셨는데요. 그 옆에 정약용 선생과 같이 차를 마시면서 백성에 대한 안일이나 부모에 대한 효심, 군신의 정 같은 이야기를 나누셨다고 해요. 누구나 좋은 생각과 말은 쉽게 할 수 있지만, 그걸 행동으로 옮기는 건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데요. 되게 그만큼 힘들다는 건데 정조는 집행합일을 실천하신 분이고, 저 역시 그런 정신을 닮고 싶은 부분이 있어서 또 다른 롤모델로 말씀드리고 싶어요.

 

다전에서만 맛 볼 수 있는 특별한 제품에는 뭐가 있을까요?

다전에는 한국 차, 중국 차, 대만 차, 일본 차 등 다양한 차 종류가 있어요. 저희는 그 차와 어울리는 다식을 직접 만드는데요. 단호박에다가 유자를 다져갖고 섞은 것부터, 블루 청취자, 흑임자 다식까지 다 직접 만들고 있어요. 특히 흑임자 같은 경우에는 원래 기름이 많아서 유선지에다가 다 기름을 빼고 만드는데 외국인들이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또 낑깡으로 만드는 금귤정과가 있는데 지금은 다 떨어져가지고(웃음) 12월 말되면 내년 1년치 쓸 거를 다 만들 예정이에요. 이 외에도 다양하게 만드는데 시간도 많이 들어가고 정성도 많이 들어가다 보니 저희의 특별한 제품이라고 소개하고 싶네요. 또 실제로 재료를 수급할 때 행궁동의 시장에서 구하는 편이에요. 웬만하면 수원에서 구할 수 있는 거는 여기서 구입을 하려고 해요. 실제로 제가 수업할 때 입는 한복 쾌자도 행궁동 상인회에 소속되어 있는 이채우 한복 제품을 사용하고 있고요.

 

다른 브랜드와 구분되는 다전1973의 차별점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지금 행궁동만 해도 카페가 어마어마하게 많잖아요. 근데 대부분 커피, 티백 차가 많아요. 그런데 저희는 직접 우려 먹을 수 있는 잎차들이 다양하게 즐비되어 있다보니까 차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찾아오시죠. 저희가 매장을 운영했을 때는 차 판매도 했었는데 지금은 교육으로만 하다 보니 매출이 크지는 않아요. 

제가 작년에 대학원을 졸업했거든요. 5학기였는데 실제로 학교를 나가야 하는 수업들이 많다 보니 매장 운영을 거의 못했어요. 생활예절 다도학과다 보니 행사도 너무 많았고요. 그래서 졸업할 때까지는 수입이 거의 많지 않았고 올해는 외부 수업도, 체험이 많았어서 조금 나은 상황입니다. 

 

대표님께서 브랜드를 운영하시는 데 있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슬로건 같은 게 있을까요?

제가 차를 오래도록 마시다 보니까 어는 순간 차라는 존재 자체가 저한테는 하나의 명상이고 힐링이 되더라고요. 또 차에는 되게 다양한 성분들이 있거든요. 그중에 하나가 대안이라는 성분인데요. 차를 마셨을 때 마음이 차분해지는 이유가 그 성분 때문에 그러는 거예요. 또 차를 마시려면 물을 끓여야 하는데 100도가 되려면 2분 40~50초가 걸리거든요. 그 다음 그 물을 잔에다 부어서 따뜻하게 데워야 되고, 그 다음에 찻잎 넣어서 우려야 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 과정들이 급하게 급하게 하는 게 아니거든요. 그러다 보면은 자연스럽게 차분해지더라고요. 요 과정이 굉장히 복잡한 것 같지만 하나도 복잡하지 않거든요. 이게 어느 순간 매일매일 습이 되다 보니까 저한테는 그냥 하나의 명상이 되고 힐링이 되었어요.

그리고 어느 순간 제 마음에 뿌리 하나가 생기는 것 같아요. 이 뿌리 하나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굵어지고 안정화되는 거죠. 지금은 어떤 제 마음의 중심을 잡아주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어떤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겼지하고 원망하는 게 아니라, 차분하게 지금 이런 일이 나한테 있네, 그럼 이걸 내가 어떻게 슬기롭게 대처해야 되는 거지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는 거죠. 그래서 저한테는 이 차가, 굉장히 긍정적인 힘을 주는 고마운 존재예요.

 

실제로 오시는 분들도 그런 걸 느끼고 가시나요?

그렇죠. 그래서 제가 이런 얘기를 많이 해드려요. 차에 대한 이론도 설명 드리지만, 제가 차를 마시는 이유나 차를 마시면 좋은 점 같은 것들에 대해 말씀드리면 되게 좋아하시더라고요. 실제로 체험으로 2시간정도 진행을 하는데 처음에는 2시간씩이나 해야 되나 하셨던 분들도 막상 가실 때는 시간이 왜 이렇게 빨리 가냐는 얘기를 많이 해주세요.

아 그리고 제가 오시는 분들께 꼭 해드리는 말씀이 있는데요. ‘내가 꼭 배우고 싶은 것, 그리고 내가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것, 내가 꼭 이루고 싶은 것을 한번씩 적어보세요.’라는 얘기요. 저 역시 한번 알아볼까 했던 일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고 시간이 지나 되돌아보면 그 때 꿈꿨던 것들이 대부분 이루어져있더라고요. 우리가 살다 보면 현실에 치여서 보통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 외에 다른 거는 생각을 잘 안 하시잖아요.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또 내가 배우고 싶은 건 없는지에 대해 생각을 잘 못하세요. 근데 하나씩 적어 보면 굉장히 많다는 거죠. 그게 나중에는 자기의 제2의 직업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실제로 외부에서 교육도 많이 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대표님 브랜드를 소개할 때 소개하는 문구나 문장 있을까요?

‘차 마음을 빚고 지혜를 빚는 시간’이라는 얘기를 자주해요. 차를 계속 꾸준히 마시다 보면은 중심을 잡게 하는 뿌리가 생긴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차가 명상의 되게 좋은 도구라고 생각해요. 명상의 종류도 싱잉볼 명상, 걷기 명상, 자연 명상 등  되게 많은데 그 중에서 차 명상이 참 좋다는 거죠. 명상을 하는 이유가 궁극적으로는 내 마음을 알아차리기 위해서 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차를 계속 마시다 보면은 자연스럽게 내 마음을 내가 알아차릴 수 있게 되더라고요. 만약 우리가 화가 나는 상황이 생겼을 때 스스로가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하면 이 화가 그냥 밖으로 표출되는데, 내 마음을 알아차리면 그걸 다스릴 수 있다는 거죠. 내가 왜 이렇게 화가 나려고 하는지 하나씩 짚어가다 보면은 감정이 자연스럽게 가라앉아져서 화를 안내게 되거든요. 모든 명상의 중심되는, 내 마음을 알아차리게 해주는 도구로 차가 쓰이는 거죠.

 

지금 교육을 진행하시는 공간이랑 그 전을 비교해보면 어떠세요?

티룸을 운영했을 땐 차를 마시고 싶은 사람들이 수시로 올 수 있었다면, 지금은 예약제로 교육원을 운영하다 보니까 한편으론 죄송스러운 마음도 있어요. 행궁동 자체에 이런 공간이 별로 없다 보니까 아쉬워하는 분들도 계시고요.

제가 티룸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던 게 대상포진이 두 번이나 오고 몸이 정말 안좋았어요. 그러다 보니 이제 건강을 생각해야겠다 싶어서 교육만 운영을 하고 있죠.

 

매장을 행동동에 연 이유가 있었나요?

그때는 여기가 행궁동이 아니고 신풍동이었거든요. 그리고 여기 매장들이 다 집들이었어요. 취향이 비슷한 지인들 덕분에 이 동네를 알게 되었고 이 공간이 너무 좋아서 이사까지 오게 된 거죠. 행궁동은 왠지 처음부터 정감이 갔어요. 낯설지 않고 따뜻하게 다가왔죠. 아무래도 행궁동이 높은 건물이 없으니까 어릴 적 생각도 많이 났고요.

저는 어쨌든 계속 이제 책 보는 것도 좋아하고 또 제가 이제 교육을 하다 보니까 계속 공부를 하게 되는 거예요. 공부 안 하면 저도 잊어버려요.(웃음) 그래서 저는 쉴 때도 집에 있는 것보다 가게에 와서 있으면 그냥 편안해요. 혼자서도 잘 놀고요. 또 가끔 바람 쐬러 이 동네 돌아다니면서 이번에는 여기가 또 이렇게 변했네 이런 곳이 생겼네 하기도 하고요.

 

수원에서 지역 활성화를 위해서 하셨던 프로젝트가 있을까요?

여기 바로 앞이 나혜석 생가터예요. 그래서 저희가 초창기에 여기 왔을 때도 나혜석 축제를 했거든요. 아마 내년 4월도 나혜석 축제를 할 거예요. 그럼 그때 저희가 찻자리 하면서 차 문화를 알리는 일들을 해왔고요. 그 외에도 지역에 어떤 행사에 있을 때 찻자리는 저희가 주로 맡아서 하고 있어요. 또 저희가 나혜석 자료관에서 봉사도 하고 책모임도 하고 있거든요. 제가 처음 왓을 때 나혜석 축제부터 접했다 보니 계속 참여를 하게 되고 있어요.

협업으로 출시한 제품은 아직 없어요. 이번 통합 로컬 페스타 때 협업을 진행할 예정이에요. 기존에 협업했던 거는 랄랄라하우스라는 작은 책방과 콜라보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고요. 그 작가님이 저희 다전에 가끔 오셨었거든요. 차 드시다가 같이 글 공부를 한번 해보고 싶다고 해서 인연이 된 거죠. 마침 그 작가님이 오셔서 같이 글 쓰는 걸 하게 됐고 올해 4월 오후의 시선이라는 책을 어요. 

 

이제 연말이다 보니 내년도 계획을 얘기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지금은 로컬 크리에이터 사업을 잘 마무리하고, 이걸 계기로 좀 더 지역활성화할 수 있는 협업들을 많이 하는 게 목표고요. 특히 건강 회복해서 티룸을 같이 운영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예전에 비해서 차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지만 커피와 비교해서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거든요. 그래서 티룸을 운영하면서 단순히 차 마시는 걸로 끝내는 게 아니라 차 문화나 차 정신 같은 것들을 대중분들께 더 많이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또 차 마시는 공간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서울 같은 경우에는 티룸들이 꽤 많이 있거든요. 젊은 친구들도 많이 가고요. 근데 실은 차의 종류가 많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차를 이것저것 다 갖다 놓을 수가 없는 게 커피만큼 대중적이지도 않고 얘네들이 발효가 안 된 차들은 산화돼 버리거든요. 산화돼 버리면 맛도 변하고 향도 변하기 떄문에 많은 차들을 갖다 놓을 수가 없는 거죠. 그러다 보니 차 종류가 대부분 발효차 위주로 한정적이죠. 그에 비하면 수원은 여전히 그런 공간이 너무 없는 것 같아요. 서울처럼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생겨서 활성화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죠.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대표님께서 꿈꾸는 최종적인 목표, 최종적인 모습은요?

저희 시골에 1927년도 일제시대에 지어진 집이 있어요. 집 앞에 우물도 있고, 외양간도 있어요. 근데 요즘에는 그런 집을 찾아볼 수 없잖아요? 아직은 집이 수리가 안되어 있긴 한데 저는 그 집을 가면 너무 마음이 편안한 거예요. 그래서 이 집을 활용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그래서 최종적인 목표는 그 집을 아주 약간만 수리하고 그 자연 그대로 그 모습을 살려서 차 문화복합공간으로 운영하고 싶어요. 화성 송산면에 있는 집인데요. 조상 대대로 내려온 집이거든요. 그 공간에서 전시도 하고, 차도 마시면서 많은 분들께 편안함을 제공하고 싶은 게 제 최종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