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현 대표, 공존공간

대표님 안녕하세요. 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문화기획자 박승현입니다. 저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만드는 일상’이라는 슬로건으로 지역경영회사 ‘공존공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공존공간은 로컬을 기반으로 다양한 문화 기획과 콘텐츠 개발을 통해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며 마을에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여 쉐어오피스 ‘행;그라운드’, 모던한식 ‘팔딱산’, 전통주 양조장 ‘신도시양조회’ 등 지역 자원을 활용한 로컬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문화기획사로 시작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공존공간을 창업하기 전 공정여행회사 ‘기린’으로 시작했는데요. 2010년, 당시 수원은 여행과 연계된 로컬 콘텐츠가 부족하고 행궁동은 낙후된 상태였습니다. 무엇보다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이 아이디어와 패기만 가지고 시작해서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저 역시 ‘지역에 관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배워보고 일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전통시장 활성화’부터 ‘마을만들기’, ‘사회적경제’, ‘문화기획’ 등 다양한 분야를 접해봤습니다. 경계 없이 다양한 일을 해본 결과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이 경험을 통해 우리에게 가장 잘 맞는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고, ‘지역문화기획’에 더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문화기획사보다는 지역경영회사로서의 면모가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2012년 행궁동에 공존공간을 시작했을 때, 저렴한 지대와 화성 성곽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많은 *프런티어들이 모여 비즈니스를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시기에는 방문객과 가게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행궁동이 골목상권으로 발전했고요. 지금은 평당 땅값이 10배 가까이 상승했고, 경쟁도 치열해졌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동네 커뮤니티는 활발합니다. ‘사람’ 중심의 지역이 살기 좋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면, 행궁동이 바로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요.(웃음)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환경에서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웃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선 지역경영회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지역주민들의 참여와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통해 더 살기 좋은 행궁동을 만드는 거죠.

 

많은 팀들이 행궁동에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행궁동 해시태그만 84만 개가 넘어가는데요. 대표님께서 생각하실 때 행궁동의 현재는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 것 같나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행궁동은 코로나 시기에 특히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고, 새로 문을 연 가게도 매우 많아졌습니다. 국내 대표 관광지인 전주·경주의 해시태그는 약 20만 건이 상승했고, 행궁동은 40만 건이 상승했는데요. 단순히 행궁동의 아름다움이나 유네스코에 등재된 화성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 수치가 지속 가능한 성장 요인인지에 대한 데이터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행궁동의 데이터는 저성장 기조에 있는 한국의 경제와 수원에게 기회 요인이 될 수 있으며, 혁신적인 소상공인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하는 정책에도 여러 시사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지역, 많은 동네 중 행궁동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많은 분들이 행궁동의 매력으로 수원화성·화성행궁 등을 꼽지만, 저에게 행궁동은 무엇보다 추억이 많이 남아있는 곳입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만드는 일상’이라는 공존공간의 슬로건은 제 삶의 방식이기도 한데요. 조부모님 댁을 리모델링하여 나만의 공간과 삶의 영역을 만들었습니다. 동네가 변화하는 과정을 함께 겪으며 애착을 넘어 자부심을 느끼고 있고요.(웃음) 특이하게도 행궁동에는 저와 비슷한 친구들이 많더라구요. 각자 방식은 다르지만 시간이 흐르며 한 마음으로 동료가 되는 것이 특히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대표님께서 행궁동의 모습 중 가장 좋아하는 모습은 어떤 건가요?

저는 행궁동의 일상을 사랑해요. 특히 이웃들과 나누는 인사가 참 행복합니다. 마을을 산책하며 담벼락에 기대어 햇볕을 즐기는 어르신, 폐지를 줍는 통장 할아버지, 새로 창업한 동네 동료들과 인사하고, 안부를 묻는 일상의 소중함은 수원 행궁동의 아름다움만큼이나 매력적인 자원이라고 생각합니다.  

 

매력적인 동네에 중심에는 역시 사람이 있는 것 같네요. 대표님과 함께 마음을 나누며 행궁동을 그려가고 있는 팀들도 소개해 주세요.

많은 팀들이 있지만 시간 관계상 이번에는 3팀 정도만 소개해 드릴게요. 최근 공존공간의 초창기를 함께한 친구들이 라이프스타일 스테이 공간을 만들었는데요. ‘스테이 이고(슬리핑테이블)’를 통해 행궁동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던 팔달산의 자연 환경을 반영한 라이프스타일을 선보이고 있어요. 

또 ‘PQR’은 공존공간이 새로운 사옥을 기획하며 첫 공간이었던 주택을 이어서 운영하고 있어요. 디자인 회사지만 자사의 프로덕트에 대한 열망이 많은 팀에게 작은 기회가 되고 싶었고 아주 멋지게 로컬을 담아낸 굿즈와 버거를 팔고 있어요.

‘디드’는 리셀을 주로하는 패션 브랜드입니다. 비교적 최근 창업했지만, 수원에서 나고 자란 친구들이 운영하고 있어서 행궁동의 바이브를 잘 담아낸 기획을 많이 하고 있어요.  

 

대표님께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들도 결국은 이런 분들과 함께하기 위함인 것 같은데요, ‘공존공간’이라는 공간을 기획했던 이유와 과정이 궁금합니다.

지금의 ‘공존공간’은 시즌2쯤 되는 것 같아요. 시즌 1의 슬로건이 ‘삻을 여행하는 모든 이들을 위하여’였다면 시즌 2는 ‘LIFESTYLE NEARBY, 가까운 곳에서 만드는 일상’이죠. 

시즌 1은 우리가 하고 싶은 것들을 ‘문화기획’이라는 틀 안에서 열심히 해봤다면, 시즌 2는 좀 더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했는데요. 시즌 1 때는 회사는 성장했지만, 구성원 개인의 성장까지 끌어내진 못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2017년, 1년 동안 과감히 쉬면서 시즌 2를 기획하고 탐방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케치 단계의 기획이 실체화되기까지는 4년이나 걸렸어요. ‘공존공간 사옥’, 행궁동 쉐어오피스 ‘행;그라운드’, 우리술 양조장 ‘신도시양조회’, 모던 한식 주점 ‘팔딱산’, 우리술 교육사업 ‘재생전술’ 등을 구체화했죠. 시즌 2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매출 성장세가 뚜렷하게 보이고, 동료들과 미래를 그릴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행;그라운드’는 어떤 공간인가요?

‘행;그라운드’는 행궁동에 위치한 공유오피스예요. 입점팀과 다양한 협업이 이루어지기도 하는데요. ‘행;그라운드’를 만들게 된 계기는 행궁동이라는 공간이 좋아 행궁동에서 일하고 싶은 로컬크리에이터들에게 초기 프런티어로써 든든한 응원군이 되고 싶어서였어요. 행궁동이 좋아 행궁동을 위해 일을 해가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에게 에너지를 주는 공간이 되어 수원 로컬을 상징하는 로컬크리에이터들의 출발이 되는 곳이 되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수원에 살고 계신 많은 분들이 서울로 학교나 직장을 다니면서 갈증을 느낀다고 생각했거든요. 행궁동이 변하는 모습을 보고 역동적인 공간에서 ‘나’를 찾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깨달았어요. 행그라운드는 그런 분들을 위한 공간이죠. 수원으로 이직을 결심하거나, 창업하는 케이스가 생기기 시작한 거죠. 회사가 이전해 오기도 하고요. 실제로 2022년에 로컬을 상징하는 제품을 개발해 매출 상승과 수출한 경험이 있는데요. 서로 자극도 되고, 든든한 지원군이 돼서 더 많은 시도들을 해보려고 합니다.  

 

영감의 원천은 무엇인가요?

행궁 뒤 팔달산 산책을 자주 해요. 행궁동의 역사문화 자원이나 아기자기한 건물과 골목도 아름답지만, 사실 보물은 팔달산이라고 생각합니다. 팔달산을 걷다 보면 영감도 얻게 되고 무엇보다 함께 걷는 동네 친구들과 영감을 나누고 토론도 합니다. 라이프스타일을 같이 즐길 수 있는 친구를 늘리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지역경영회사나 문화기획사를 꿈꾸는 예비 창업가들에게 조언해 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로컬은 재미있으면서도 외로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 주민들의 반대도 많을 거고 모든 사람들을 이해시킬 수도 없겠지요. 그러나 그 안에서 동화되기 위해서는 본인의 뜻을 같이하고 의지할 수 있는 동료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지속가능’에 대해서도 고민이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함께하는 사람들이 계속 바뀐다면 어려울 것 같은데요.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나는 건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아직까지 어려워하는 부분이라 비결은 없습니다만, 다름을 인정하고 속도를 맞춰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공존공간’에는 8년째 함께 하는 동료가 있는데요. 서로 다른 부분이 많지만 8년간 함께 하면서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관계로 만들어 나가는 건 행궁동을 발전시키고 싶다는 같은 꿈이 있기 때문 아닐까 싶습니다.  

 

앞으로 행궁동에 더 채워졌으면 좋을 것 같은 공간이나 아이템이 있을까요?

행궁동에는 더 많은 문화적, 창의적 공간이 필요합니다. 예술·음악·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전시 공간·공연장·창작 스튜디오 등을 확충하여 지역의 문화적 다양성과 창조력을 더욱 증진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공간들을 통해 행궁동을 더욱 풍부하고 다채로운 문화의 중심지로 만들고싶고요. 

 

행궁동에는 유독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하는 분들이 많이 모여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그분들과 어떤 것을 그려가고 싶은지요?

앞으로 행궁동에서는 ‘나’를 위한 ‘커뮤니티’를 모토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서로를 지원하고 영감을 주는 동네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통해 행궁동이 단순한 장소가 아닌 창조적 에너지가 넘치는 커뮤니티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희는 가깝게 지내는 이웃이 많은 편인데요. 그동안은 일을 함께 같이 하는 것보다, 소소하게 일상을 함께 보내는 것을 주로 해왔었어요. 앞으론 작게라도 함께 해볼 수 있는 일들을 늘려보려고 하는데요. 축구로 비교하면 당장 골을 넣기 위해서 달려가는 것보다 패스 게임을 해보는 거죠. 아무리 오래 보고 친한 사이여도 막상 목적이 확인이 안될 때 엇박자가 꼭 생기더라고요.

살짝 소개해보자면 제가 애정하는 동네 노포들을 백년가게 등록하는 것을 돕거나, 그분들만의 스토리를 발굴해서 로컬브랜드로 만드는 일을 해보려 합니다. 로컬크리에이터 친구들과는 종합 예술 축제와 문화, 예술, 관광 사업과 관련한 IR 피칭을 접목한 행사를 기획해 보고 싶고요. 

작은 협업이 지역경영회사의 시작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지속가능을 위해선 ‘관광’ 사업으로 확장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가능성 있는 로컬크리에이터와 동네에서 사랑을 오랫동안 받아온 노포를 잇고, 이를 소비자나 관광객들에게 제안하는 지역경영회사의 역할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자체 사업 ‘작은호텔’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구체화해 볼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조금 더 박차를 가해보겠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행궁동은 골목상권이고 앞으로도 차츰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고 쉽게 질리는 요즘 트렌드를 볼 때 안심 할 수만은 없겠더라고요. 다양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관광형 골목상권으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웰컴벤처스로부터 투자를 받아 행궁동의 지속가능한 로컬 생태계를 만드는 데 큰 디딤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앞으로 지역경영회사로서 자체적인 동력을 확보하고 행궁동의 로컬생태계를 위한 브랜딩 작업을 본격적으로 해볼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