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대표님, 먼저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협동조합 ‘참좋은수다’를 통해 ‘지구인의 놀이터’ 그리고 ‘마켓여유’를 운영하고 있는 권지영입니다. 참좋은수다는 문화협동조합으로, 지역 메이커와 시민들을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단체입니다.
‘지구인의 놀이터’와 ‘마켓여유’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지구인의 놀이터’는 “실컷 놀면서 지구도 지키고 싶어서 그랬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운영하는 행궁동 제로웨이스트편집샵이자 로컬 창작자들과 함께하는 소품샵입니다.
‘마켓여유’는 지역 메이커들의 제품을 알리는 플리마켓인데요. 광교 카페거리, 광교 숲속마을에서 시작하여 2023년부터 코레일유통과 협업을 통해 보다 많은 분들께 로컬 메이커들의 제품을 소개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참좋은수다’의 시작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처음에는 10년 전 광교 신도시에서 플리마켓을 기반으로 시작한 모임이었어요. 광교 신도시의 한 장애인 주간보호시설을 돕기 위한 플리마켓으로 시작했어요. 봉사활동을 함께 하던 친구들과 기획한 플리마켓이었는데 많은 분들께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마켓 여유’라는 이름으로 꾸준히 운영할 수 있게 되었죠. 그리고 2020년 ‘참좋은수다’라는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다양한 활동을 병행하기 시작했는데요. 그 때는 작은 모임이 협동조합이 되고, 매장을 열고, 마을기업으로 성장하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그 과정에서 많은 고민과 변화가 있었고요.
그 때가 코로나 시기였다보니, 특히 환경에 대한 고민이 참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우리의 일상을 친환경적으로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도었고요.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우리 동네에는 무포장 가게, 제로웨이스트 가게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시작한 게 지금의 ‘지구인의 놀이터’인데요. 아주 작은 3평 매장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찾는 소품샵이자 작가들의 제품을 유통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습니다.
작가님들의 제품을 유통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저희가 항상 고민하는 부분은 ‘핸드메이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인데요. 사실 어디까지가 핸드메이드인가를 정의하는 게 쉽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신규 작가들의 경우 좀 어설프더라도 많이 받아주는 편이고요. 입점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본인의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서 조금 더 기준이 높아집니다.
왜냐면 ‘지구인의 놀이터’는 10년 후에도 즐겁게 창작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멤버십을 가지는 게 목표이기 때문인데요. 처음부터 완벽할 순 없을지라도 창작자라면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작가 스스로도 고민하고 단련해야 하는 거죠. 즉 세상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지, 그 메시지를 어떤 방식으로 보여주고자 하는지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참좋은수다’ 조합원에는 어떤 분들이 계신가요?
처음에는 작가, 봉사자, 기획자가 모여 업사이클 활동을 하는 게 전부였는데요. 지역 농부, 교육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함께 참여하면서 실질적인 공동체가 형성되었죠. 그렇게 공동체를 기반으로 공모 사업을 받아 다양한 프로젝트나 외부와의 교류 활동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는데요. 전시 활동이나 업사이클링 프로젝트 같은 것을 진행하기도 하고, 작가와 협업하여 신제품을 개발하거나, 지역 청년들과 함께 기획하여 공연을 진행하기도 했어요. 또 학교나 센터 같은 외부로 출강을 가기도 하는데요. 저희 커뮤니티 안에 조합원으로만 15명, 상단 작가가 30명, 그 외에 모든 작가님들을 포함해 100 명, 네이버 카페 멤버를 포함하면 1,700명 정도의 인력풀을 가지고 있어요.
매장을 오픈할 때 다양한 업종 중 소품샵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사실 저는 창작과는 거리가 꽤 먼 사람인데요. 비즈, 리본, 패브릭 등 다양한 분야에 공부를 해봤는데 재능이 있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기획자의 길을 선택했고요. 당시에는 제가 재능이 없어 스스로에게 실망하기도 했는데, 플리마켓을 기획할 때 공예를 배웠던 것들이 도움이 되더라고요. 다행히 플리마켓에 참여하면서 창작에 재능 있는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었고요.(웃음)
대표님께서 지금의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제가 26살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다 보니 다시 사회에 나오는 게 참 두렵더라고요. 그런데 생협은 공동체 활동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그 안에서 잘 스며들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도전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아이쿱 생협에서 홍보 직원으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교회에서도 바자회나 장애인 돌봄 활동 같은 경험을 쌓아 나갔죠. 앞서 말씀드렸던 플리마켓도 그렇고, 다양한 활동을 하다보니 저도 자연스럽게 ‘우리의 협동조합을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지구인의 놀이터’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저희의 강점은 일상에서 필요한 대안 제품들을 많이 가지고 있고, 공정무역 그리고 로컬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상품을 유통하며, 이 동네에 있는 33명의 창작자들과 함께 운영한다는 것이 저희의 강점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그중에서도 핸드메이드가 저희만의 가장 큰 차별점 아닐까 싶어요. 사실 행궁동에 소품샵이 정말 많이 생기면서 저희도 불안한 마음에 현장조사도 다녀봤었는데요. 그 과정에서 지구인의놀이터는 33인의 창작자들과 공동체 활동을 기반으로 제품을 유통한다는 게 특별하구나를 깨달았어요.
핸드메이드의 역사는 천 년 이상인데요. 핸드메이드는 천년 전에도 있었고, 그리고 천 년 후에도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창작자와 함께 한다는 부분이 지구인의놀이터만에 강력한 강점이자 차별화 전략이 될 수 있겠더라고요. 실제로 사람의 손길이 닿은 제품은 그 제품만에 색깔이 분명하고요.
제로웨이스트 역시 지구인이 놀이터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죠.
네, 저희가 제로웨이스트나 공정무역, 로컬과 같은 가치를 강조하지만 이러한 가치가 저희만의 특색이 되길 바라지는 않아요. 그러나 아직 그런 가게가 보편적이지 않으니 그 부분이 차별점으로 느껴지는 거겠죠. 물론 그런 가게들이 많아지면 저희도 나름의 고민들이 필요하겠지만 궁극적으로 지구의 환경을 위해서는 그런 가게들이 더 많아져야 하고 유통이 더 다변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표님게서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어릴 때부터 정리 정돈을 맡아 하면서 과자통을 가지고 수납칸을 만들거나, 물병을 활용해서 장난감을 만드는 등 자연스럽게 재활용을 접했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플라스틱의 위험성을 알게 되었고, 어떻게 하면 우리 일상에서 플라스틱을 건강하게 사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죠. 실제로 첫 번째 플리마켓 때 사용했던 현수막을 잘라 가랜드로 만들었는데요. 그 이후로 재활용할 때마다 기분이 참 좋더라고요.
함께 일하고 있는 팀원 분 중에 외국인이 있고 방문객도 외국인 비율이 높은 편인데, 지구인이라는 워딩과 연관이 있는 걸까요?
우연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누군가를 만나고 인연이 되는 건 내가 그 친구를 이렇게 섭외하려고 해서 만났다기보다는 아주 자연스러운 관계로 저희랑 같이 만나게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희도 너무 좋았고 그분도 여기에서 일하고 싶었던 건데 굉장히 독특한 모양새가 된 거죠.
사실 외국인이라고 해서 저희가 특별하게 생각하기 보다는 구성원, 그리고 방문객을 모두 다 동일하게 생각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제가 서울에 살다가 수원으로 이사 왔을 때 그때 이주여성 같은 느낌이라고 느꼈거든요. 왜냐하면 이 주변에 아는 사람도 하나도 없고 유난히 텃세가 심했거든요. 만나는 사람들마다 “수원 어디에서 살았어?”, “수원 어느 학교 나왔어?” 같은 질문을 너무 많이 해요.(웃음) 그럴 때마다 여기가 시골인가?라는 생각에 힘들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누가 오든지 웰컴해주려고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실제로 일도 굉장히 잘 하고요.
수원에 오시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거의 대부분의 여성은 결혼으로 인해 이주를 하게 되죠. 저 역시 남편을 만나 결혼하게 되면서 수원으로 이사를 오고, 아이가 생기면서 학군이 좋은 영통으로, 또 광교 신도시로 이사를 하게 됐죠. 수원에 처음 온 게 2003년정도? 그리고 광교에는 2016년에 넘어 왔어요.
대표님께 행궁동은 어떤 의미인가요?
저에게 행궁동은 제 마음 속 우리동네의 의미가 있어요. 저에게 동네란 슬리퍼를 신고 옷을 차려입지 않아도 편하게 갈 수 있는 곳이거든요. 저는 동네가 굉장히 가까웠으면 좋겠거든요. 또 좋은 어른들이 많은 곳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요. 그러다보니 오히려 광교에서는 잠자는 시간정도만 보내고, 아침부터 저녁까지는 행궁동에서 생활하게 되더라고요. 지구인의놀이터가 마을기업으로 인정받아 행궁동의 의미가 더 각별해진 것 같아요.
현재 행궁동에서 느끼고 있는 결핍이 있나요?
지구인의 놀이터를 시작하기 전에 제로웨이스트 샵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고, 또 그 안에 우리 작가님들 제품도 같이 팔면 너무 좋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어요. 실제 매장을 준비하기 시작하면서 이 두 가지 지점이 과연 서로 매칭이 잘 될까라는 고민이 끊임없이 이어지더라고요.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그 중심에는 ‘아날로그 스팟’이라는 결론을 내렸는데요. 플라스틱이 처음 발견된 게 1907년으로 그 역사가 110년 정도밖에 안되죠. 그 역사가 굉장히 짧기 때문에 플라스틱이 없었을 때처럼 제품을 유통하면 되는데 불편하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플라스틱을 사용하죠. 핸드메이드도 마찬가지죠. 공장을 활용하면 물건이 쉽게 만들어지니까 다들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어요. 그러나 누군가는 핸드메이드를 고집하고 제로플라스틱을 실천해요. 결국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도 마친가지라는 걸 깨달았어요. 아날로그, 그리고 제로웨이스트라는 가치에 공감할 누군가는 있기 때문에 우리가 계속해서 이 사업을 해나갈 수 있는 거죠. 행궁동은 수원에서도 가장 아날로그한 동네고요. 앞으로도 지구인의 놀이터가 아날로그, 제로웨이스트, 공정무역 등의 가치를 알리면서 동네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로컬의 제품들을 소개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대표님께 ‘아날로그’란 어떤 의미인가요?
제가 생각하는 아날로그란 ‘천천히 느리게 가도 괜찮아’라는 의미예요. 저희가 진행하는 프로젝트나 사업과도 많은 연관이 있고요. 저희가 정말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사업을 하면서 빠르게 속도를 내지는 못해도 굉장히 열심을 가지고 진행해요. 또 엄청 깔끔하고 세련되지는 못해도 정성이 가득하고 애정이 담겨있죠. 실제로 그렇게 진행이 될 때 만족감과 행복을 느끼고요.
물론 저희도 예전에 처음 사업 시작할 때는 수출이나 유통처럼 원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죠. 코로나 있기 전까지 정말 열심히 달리기도 했고요. 저희가 사업이 잘 풀리면서 수익이 많아진 적이 있는데, 오히려 우리 안에서 분란이 생기더라고요. 사실 그 때가 물질적으로는 훨씬 풍요로웠지만 마음이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어요. 코로나를 겪으면서 ‘우리가 위기에 빠진 건가?’라는 걱정도 들었지만, 그 시기에 우리가 정말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많은 행복을 찾을 수 있었거든요. 우리는 공동체라는 중심을 잃지 않고, 10년 후에도 여성 커뮤니티로서 일상의 소요를 스스로 벌어가는 것. 스스로의 느림을 인정하고 같이 천천히 걸어갈 수 있는 연대.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아날로그이자 우리가 바라는 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내년에 계획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우선 2025년에 매장을 확장할 계획이 있어요. 그 확장되는 공간에는 새로운 분야의 제품들을 소개해드리고자 하는데요. 저희가 올해 하반기부터 비건 제품을 소개한 것처럼 앞으로 로컬, 공정무역 등 새로운 분야까지 확장하는 거죠. 또 밖에 나가보시면 굉장히 예쁜 공간이 있거든요. 행궁동에 워낙 관광객이 많다 보니 짐을 맡아드리는 서비스를 하면 어떨까 구상 중에 있어요. 부산에 ‘짐캐리’라고 이미 유사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브랜드가 있어 ‘짐캐리’와 협업해서 진행할 계획이고요. 또 그 옆에는 로컬러 대표님과 함께 자판기를 설치해서 무인샵처럼 운영할 수 있는 부분도 기획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소셜 밴더가 되는 게 저희 조합의 꿈이에요. 저희가 작년에 마을 기업이 선정이 됐거든요. 마을 기업이라는 건 지역 안에 있는 사람들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미션을 가지고 있는 건데요. 대부분이 저희에게 환경의 미션을 해결하길 바라시지만, 오히려 소셜 문제를 해결해야겠더라고요. 우리가 60이 되고 70이 되었을 때 기댈 언덕이 없기 때문에 우리의 삶을 책임질 수 있는 공동체가 되고 풍요로움을 만들 수 있어야 하는 게 저희의 미션인 거죠.
대표님이 꿈꾸는 ‘지구인의 놀이터’, 그리고 ‘참좋은수다’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사실 저희가 처음에 협동조합을 시작할 때 어떤 구체적인 비전을 가지고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막연하게 나의 테이블이 가게가 되고 가게가 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꿈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어느 순간 저희 테이블이 가게가 됐고, 행궁동이 하나의 상권으로 이어지고 있죠. 모든 가게가 자기만의 색깔을 가질 수는 없겠지만, 그런 가게들이 더 많아져서 이 거리가 정말 로컬의 거리가 된다면 언젠가는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 중심에 참좋은수다, 그리고 지구인의 놀이터가 함께 있었으면 하는 게 저의 최종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