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안당은 어떤 공간인가요? 이름이 참 인상 깊어요.
처음엔 그냥 한옥을 지으면서 이름을 붙였어요. 제 이름이 ‘경아’니까, 남편이 한자로 '클 경(慶)'과 '편안할 안(安)'을 써서 ‘크고 편안한 집’, 경안당이라고 지었죠. 원래는 집 이름이었는데, 카페 이름으로도 괜찮겠다 싶어서 그대로 쓰게 됐어요.
처음부터 ‘한옥 카페’를 구상하신 건가요?
네. 공간을 공유하고 싶었어요. 한옥은 건축비도 많이 들고 일반인이 짓기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나만을 위한 공간보다는, 다른 사람도 이 공간을 누릴 수 있게 카페로 운영하자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제가 건강한 삶, 자연스러운 공간을 추구하는 편이라 건강한 음료, 건강한 디저트를 제공하고 싶었죠.
원래부터 행궁동에 살고 계셨던 건가요?
아니에요. 원래는 서울 용산에서 살았고, 남편은 마포에서 일했어요. 카페를 하려면 생활과 일의 거리가 가까운 게 좋겠다는 생각에, 2층은 주거, 1층은 상업 공간으로 쓸 수 있는 집을 찾아다녔죠. 그러다가 2014년에 처음 이 동네를 방문했는데, 마치 북촌이나 서촌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골목이 너무 매력적이었거든요.
그때부터 매주 주말마다 애를 데리고 동네를 돌아다녔고, 1년쯤 지난 후 지금의 집을 샀어요. 이후 한옥특별지구로 지정되면서 한옥을 지을 수 있는 조건도 생겨서, 아예 신축 한옥을 지었죠.
경안당이 처음 알려지게 된 계기가 있었을까요?
오픈 초반에는 매출이 하루 5~6만 원밖에 안 나왔어요. SNS나 마케팅도 잘 몰랐고요. 근데 제가 직접 전통 소반을 쓰고, 신발을 벗고 들어와야 하는 불편한 구조로 만들었는데, 오히려 그게 차별화가 되더라고요.
‘경안당 상차림’이라는 디저트 메뉴도 직접 기획했어요. 옛날 다과처럼 예쁘게 차려내는 구성을 했는데, 젊은 친구들이 사진 찍기 너무 좋다고 많이 찾아줬죠. 그게 터진 거예요.
경안당 하면 곶감말이가 떠오르는데요. 어떻게 개발하신 건가요?
전통 다과에 곶감에 호두 넣는 게 있잖아요. 근데 안 팔리더라고요. 그래서 꽃감에 딸기를 넣어봤는데,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꽃감 싫어하는데 딸기 맛이 나요!”라며 좋아해주시더라고요. 정성이 많이 들어가서 따라 하기 어렵기도 하고, 그래서 더 유일한 시그니처가 된 것 같아요.
요즘 집중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면요?
예전에 했던 전통 상차림 디저트를 다시 제대로 런칭해보고 싶어요. 올해 로컬크리에이터 지원 사업에 선정돼서, '혜경궁 홍씨 진찬연 상차림'이라는 콘셉트로 관광 상품을 만들고 있어요.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예약형 디저트 체험도 기획 중이에요.
그리고 요즘은 ‘필사’, ‘명상’ 같은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어요. 단순히 차 마시고 가는 공간이 아니라, 마음을 돌볼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좋겠어요.
경안당을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이 있으시다면요?
결국 이 공간이 단순히 예쁜 한옥 카페가 아니라, 문화와 힐링이 공존하는 특별한 공간이 됐으면 해요. 행궁동에 왔을 때 ‘경안당엔 오늘 무슨 수업이 있지?’ 하고 찾아올 수 있는 곳이요. 저 스스로도 공간에 머무는 운영자가 아니라, 바깥에서 더 큰 시야로 바라보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